AI는 아이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자세

 In Digital Economy, Experience Economy, Machine Learning/AI

출근 길에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광고에 관심이 쏠립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개발한 스마트 AI 자녀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국내 어느 학습지 회사에서 홍보하는 광고입니다. 문득 돌아보니 너도나도 인공지능(AI)만 갖다 붙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기존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뚝딱 더 좋고 똑똑하고 다 되는 무언가로 바꾸는 것처럼 광고합니다.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니, 우리 애가 천재 아냐?” 하는 순간을 마주하곤 합니다. 남보다 먼저 엄마 아빠를 부른다든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필요한 물건을 찾아내고 어른 흉내를 내며 사용할 줄 안다든가, 아니면 악기를 잘 다룬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할 수가 있지? 우리 아이가 정말 천재가 아닐까? 이런 질문을 많은 부모가 던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교육은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활동이라는 생각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가르침이 교육 아닌가 싶겠지만 사실은 학생들이 정말 문제를 스스로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해결하는 법을 배웠는지가 중요하죠.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기계학습이나 머신러닝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적인 가르침 없이도 끊임 없이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생각하고 흉내내고 반복하는 소리 없는 학습의 시간이 있었기에 무언가를 배우고 어른들을 놀래키는 게 아닐까요? 머신러닝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딥러닝의 경우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끊임 없이 관찰하고 추론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데이터와 경험에 노출될수록 세상의 사물과 사람을 정확히 인식할 줄 알게 되는 거죠.

물론 회사 일처럼 회사마다 일하는 방식이 있으니 기계가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이해한 내용을 시험해 보고 제대로 배웠다면 실제 업무에 적용하도록 해야 하죠. 대다수 기업에서 머신러닝을 적용하는 일은 이처럼 학습 모델을 만들고 다양한 데이터를 적용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기계가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균형 잡힌 식단과 경험이 필요해

특히 성장기에 아이가 편식을 하면 건강하게 자라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죠. 머신러닝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디지털 데이터가 바로 아이가 먹는 밥이나 반찬과 같습니다. 처음 세상에 나와 세상을 배우고 그 안의 다양한 사람과 사물을 알아가는 인공지능 아이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야 최대한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게 되겠죠?

진정한 배움은 새롭게 얻은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아이도 누구와 어울리는지, 가정이나 조직 등 생활 환경이 어떤지, 존중 받고 사는지 등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제가 아는 인터넷 기업 사장님이 올 초에 중국 심천(선전)에 다녀오신 적이 있습니다. 심천은 경제 특구라 다양한 기술 혁신이 시내 곳곳에 적용되고 있죠. 최근에는 횡단보도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인공지능이 알아보고 사진과 이름을 공개하는 식으로 망신을 주고 벌금도 부과하는 사례가 소개 되었습니다.

다시 그 사장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심천 거리 곳곳에 무인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있어 무척 놀랐다고 합니다. 마침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바이두(Baidu)와의 미팅이 있어 출장을 가신 터라 담당자에게 무인 자율주행차에 대해 물었죠. “저렇게 무인 자동차가 돌아다녀도 안전한가요?” 그러자 바이두 담당자의 답변이 가관입니다. “16명까지는 다치거나 죽어도 괜찮아요.” “아니, 왜요?” “중국 정부에서 1년에 16명까지는 괜찮다고 허가해 줬거든요.”

어떠세요? 이런 환경에서 자동차 운전하는 법을 배운 인공지능 아이는 과연 얼마나 보행자가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운전하게 될까요? 중요한 건 우리 아이가 신동이냐, 천재냐의 문제가 아니죠. 그 천재성을 키워가기 위해 누구와 어울리며 무엇을 먹고 어떤 경험을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어떻게 배웠느냐가 세상에 도움 되는 큰 존재인지 아닌지를 좌우합니다.

강점을 발견하고 의도를 파악해야

이제 막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는 뜻하지 않은 실수도 많이하고 크고 작은 사고도 칠 수 있죠. 인공지능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세상을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아주 조금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토대로 자기만의 실험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엄마가 좋아하실까? 이번에 잘하면 아빠가 칭찬해 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인터넷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세를 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인공지능의 발전 단계를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합니다.

학습 모델과 데이터를 주고 학습을 시키는 머신러닝(기계학습, ML)이 첫 단계입니다. 좀 더 발전하면 풍부한 데이터와 강력한 처리능력, 연결과 추론 능력을 자랑하는 디지털 신경망에 기초한 딥러닝(Deep Learning)이 다음 단계입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바로 딥러닝 좀 하는 인공지능 아이입니다. 혼자서 그 누구보다 빨리 많이 반복하면서 배운거죠.

가장 발전된 세 번째 단계는 바로 설명할 줄 아는 인공지능(Explainable AI)입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윤리적 인공지능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작 AI 양대 강국인 중국과 미국은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윤리적 AI가 가능하려면 인공지능 아이가 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실은 뭘 하고 싶었는지 등의 의도나 배경을 설명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기 때는 말도 잘 못하고, 좀 더 커서 사춘기를 지날 때 마저도 자기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 때가 많죠. 많은 경험을 쌓은 후라야 정확히 자기 의도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에 아이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집중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의 말을 귀 담아 듣고 행동을 유심히 살펴 보고 실수를 했을 때 꾸중을 하기보다 먼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차분히 묻고 그 뜻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의 가장 발전된 형태가 이처럼 설명하는 AI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실수로 불을 냈더라도 뭘 하려다 그랬는지 묻다 보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에게 따끈한 저녁을 대접하려던 인공지능 아이의 고운 맘씨를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칭찬은 인공지능 아이도 춤추게 한다

거의 18년 전인 2002년 2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원제: Whale Done!)”는 책이 출간 되었죠. 책의 내용은 사람도 잡아 먹는다는 범고래 사육사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아이 키우기 힘들다, 애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부모의 말을 듣고 사육사 이야기를 들려주죠.

범고래가 수족관에서 돌고래보다 높이 멋진 점프를 하고 묘기를 보일 때 청중은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 그러다 문득 저토록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범고래를 어떻게 가르쳤을까? 궁금해진 저자는 사육사를 찾아가죠. 사육사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습니다. 가르침이 아니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거죠.

“빨리 못배운다고 큰 소리로 야단을 쳐봐야 범고래한테 잡아 먹히기 밖에 더하겠어요?” 결국 범고래가 잘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사육사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잘 했을 때 칭찬하며 기억해서 더 잘하도록 하고 하기 싫어할 때는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려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인공지능 아이도 비슷합니다. 설명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기 전이라도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맡겼을 때 훨씬 강력하고 빠른 성과를 내는지를 잘 살펴서 칭찬하고 집중하도록 해야하죠. 구글 알파고의 딥러닝에 적용된 방식이 바로 칭찬을 통해 잘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입니다. 칭찬이 인공지능 아이를 춤추게 하고 바둑 천재로 만든 셈이죠.

인공지능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출근길에 만난 학습지 광고에서 말하는 스마트 AI 솔루션처럼 세상 모든 일에 AI만 가져다 붙인다고 해서 무조건 더 좋을 거라는 믿음은 버리세요. 아무리 천재끼가 있고 신동의 기운이 느껴지는 AI라도 결국은 균형 잡힌 식단(데이터)과 경험, 칭찬을 통해 강점을 키우는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세상에 도움 되는 멋진 아이로 자랄 테니까요. 우리는 인공지능을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 가능성과 잠재력이 가득한 아이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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