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주문 경험과 기술, 비즈니스의 미래

 In Digital Economy, Experience Economy, Experience Management

나홀로 식당에

점심 시간을 훌쩍 넘겨 나홀로 밥을 먹어야 할 때면 회사 근처의 버거킹 매장을 찾곤 합니다. 주문을 하려면 키오스크에서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매장에서 먹을지 포장 주문인지를 선택한 후 결제를 하면 되죠. 영수증에 표시된 주문 번호를 보고 매장 한 켠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내 주문이 곧 나올지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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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에는 지난 해 중반까지 자주 다니던 오무라이스 가게가 있습니다. 단골 가게라서 그런지 가게 주인은 저를 알아보고 늘 시키는 오늘의 스페셜 메뉴를 주방에 전달합니다. 제가 할 일은 빈 자리를 찾아 앉아서 나오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올 때 결제만 하면 되었죠. 그러다 지난 여름 건강 상의 이유로 두어 달 동안 가게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정말 걱정이 되더군요.

지난 해 하반기 느즈막히 새로 문을 열었기에 한 번 들렀습니다. 예전 주인은 보이지 않고 약간 알바생 느낌의 직원이 저를 반깁니다. “주문은 하셨어요?”라고 묻길래 “지금 하려구요”라고 답했죠. “아, 주문은 저기 기계(키오스크)로 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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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니 버거킹과 비슷한 주문용 키오스크가 있네요. 주문을 하고 결제까지 마치고 자리에 앉았죠. 그런데 웬걸. 몇십 분이 지났는데도 음식이 안나오네요. 답답한 맘에 서빙하는 분께 물었죠. “아, 주문서를 주셔야 해요.” “네? 무슨 주문서 말씀이시죠?” “주문할 때 영수증 같은 거 안 받으셨어요?” “아뇨, 아무 것도 안나오던데요.” 아마도 일시적인 기기 결함으로 영수증 발행이 안된 모양입니다.

버거킹과 오무라이스

그런데 잠깐. 버거킹 주문과 비교해 볼까요? 주문을 하면 주방으로 주문 내용이 바로 전달 되고, 음식 준비 여부는 매장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바로 알 수 있죠. 내 주문이 곧 나오겠구나 하고 바로 보여 줍니다. 전문용어로는 주문 진척 현황에 대한 가시성을 제공하는 셈이죠.

오무라이스 가게는 어떤가요? 제가 주문서를 받아서 서빙하는 분한테 전해주면 그걸 주방에 수작업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죠. 그럼, 주문용 키오스크가 하는 일은 뭘까요? 그냥 주문만 받고 마는 건가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요. 주문만 받으면 그만인 주문용 키오스크일 뿐이죠. “나는 할 일을 다했으니 나머지는 너희들(서빙 직원, 손님, 주방 직원 등)이 알아서 해”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두 가지 방식의 공통점은 주문용 키오스크라는 기계를, 좀 더 넓게 보자면 신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다른 걸까요?

연결하라. 경험을 완성하라.

버거킹은 주문 카운터와 주방, 매장 내 손님을 오가는 업무 프로세스를 연결하고 각자 알아야 할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할 일을 알려줍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몇 번 주문이 어떤 내역인지를 주방도 알고 서빙하는 직원도 알아서 주문 단위로 포장이나 매장 내 식사 주문을 준비하죠. 준비를 마치면 주문 처리가 완료되어 음식이 나갈 준비가 되었음을 매장 내 디스플레이와 서빙 직원의 낭랑한 목소리로 알려줍니다.

오무라이스 가게는 어떤가요? 기계가 도입되기 전에는 버거킹보다 훨씬 친밀하고 인간적인 경험이었죠.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저를 알아본 가게 주인이 주방에 주문을 넣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밑반찬과 따끈한 북엇국을 세팅해 줍니다. 다 먹고 카드 결제를 하러 카운터로 다가가면 “고맙습니다”하며 따스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셨죠.

주문용 키오스크라는 신기술을 적용한 모습은 어떻습니까? 제가 주문을 하고 주문서를 서빙 담당자에게 직접 손으로 전달하고 그 분은 또 주방에 주문 내역을 구두로, 맞습니다. 소리 내어 읽어주죠. 주문서는 주방 앞 카운터에 늘어 놓습니다. 이런 번잡함이 싫어 한참을 안가다가 최근에 다시 갔는데 여전히 같은 상황의 반복입니다.

주문은 빠트리기 일쑤고 순서가 뒤섞이기 마련이고. 손님은 음식이 언제 나올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내가 주문한 게 제대로 주방에 전달 되었는지도 알 수 없죠. 이 경우에는 신기술을 도입하기는 했는데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연결하거나 정보 전달 과정을 자동화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기술이 없었을 때보다 훨씬 못한 경험을 내놓게 된거죠.

비즈니스의 미래는 사람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초연결 세상, 초연결 시대, 초연결 사회 등의 표현을 접하기 쉽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죠. 세상 만물을 연결하려면 무엇을 중심으로 연결해야 하는지 그 중심, 구심점이 있어야하죠. 세상의 중심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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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 중심도 사람이죠. 직원과 고객, 파트너,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연결하고 경험을 완성해야 합니다. 버거킹의 주문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손님이 쉽게 주문을 하고 주문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며 음식이 나왔을 때 바로 픽업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기술이 없더라도 오무라이스 가게 사장님처럼 손님을 헤아리는 마음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한계가 있죠. 이를 도와주는 기술이라야 진정으로 사람을 생각하고 이해하며 행복한 경험을 줄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미래가 사람이듯, 기술도 사람의 경험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를 연결할 때 미래가 있습니다. 경험 경제 시대, 초연결 시대, 개인 맞춤화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이 모두를 관통하는 한 가지 규칙은 바로 사람의 경험을 완성해야 성공한다는 사실입니다. 연결하고 경험을 완성하는 한 해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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