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미래를 여는 인더스트리 4.0

 In Digital Economy, SIDG

새로운 요구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아 변화를 예측하고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범용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의 미래다.

헤닝 카거만 독일 공학한림원(acatech) 회장과는 인연이 깊다. 처음 카거만 회장을 만난 지가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카거만 회장은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독일계 글로벌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SAP의 공동 회장을, 2003년부터 2009년까지는 단독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독일 공학한림원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독일 정부에 제조업의 미래에 대한 식견을 담은 여러 보고서와 정책 권고안을 제시해 오고 있다. 몇 주 전 전화 인터뷰와 SAP 코리아 임직원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함께 한 자리에서 카거만 회장은 변함 없이 명쾌한 통찰을 제시했다.


인더스트리
 4.0— 필요한가?

카거만 회장은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내걸기 훨씬 전인 2010년 독일 정부에 인더스트리 4.0을 제안한 바 있다.


유연성과
 적응력 떨어진 산업환경

당시에 인더스트리 4.0이 필요하다고 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시기적인 배경이다. 당시는 2008년 금융위기와 상당히 근접한 시기였다. 독일 공학한림원은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을 유연성과 적응력이 떨어진 산업환경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로, 공학한림원에서 연구해 오던 사이버물리시스템(CPS: Cyber Physical System)의 범위를 단순히 공장에 그치지 않고 의료, 에너지 산업 등으로 확대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더스트리 4.0과 같이 세상을 바꾸는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CPS는 요즘 화두가 되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의 원조 격이다.

인더스트리 4.0의 실질적인 출발점은 2006년 독일 총리 주도 하에 진행된 IT정상회의(IT Summit)다. 카거만 회장은 SAP 회장 자격으로 IT 업계를 대표해 참가했다. 사물인터넷(IoT)과 서비스인터넷(IoS) 등 두 가지 길잡이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결국 IoT와 IoS가 하나로 묶이는 세상이 바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 마디로, 세상이 점점 더 스마트(smart)해지고 자율적(autonomous)으로 움직이면서 연결(connected)되는 세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상이 바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판단이다.


경쟁력
 있는 산업입지 확보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의 영향력이 제조, 의료,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데, 먼저 한 군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독일의 강점이 무엇인가? 제조업과 생산 역량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분야에 먼저 CPS를 적용했다. 실제로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 덕분에 세계 경제위기를 비교적 수월하게 넘겼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CPS를 산업에 적용하면서 세운 두 가지 목표 중 첫 번째는 독일 산업의 경쟁력과 생산량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디다스가 동남아 지역 공장을 독일로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목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과거와 같이 경제성장만 추구하는 대신 환경 문제, 사회 문제 등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자는 목적에서 인더스트리 4.0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대안이라고 카거만 회장은 밝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근로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 복지 혜택 등은 높이는 것이 인터스트리 4.0의 지향점이다.


유연한
 사람이 미래다

독일 공학한림원은 연구 기관이 아니라 과학자와 기술자로 구성된 조직이며 과학과 비즈니스가 어우러져 운영된다고 카거만 회장은 강조했다. 정부와 사회 단체에 필요한 과학기술 관련 자문 제공이 한림원의 주된 역할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토픽을 고르다보니 인더스트리 4.0이 탄생했다고 한다.


자동화
 가능한 일은 모두 자동화 된다

카거만 회장은 인더스트리 4.0을 제안하면서 초기부터 명확하게 독일 노조 대표자 120명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다.

“자동화 가능한 모든 일자리는 결국 자동화 된다. 구조적인 변화는 당연한 일이며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도 생길 것이고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이에 대비해 인더스트리 4.0 도입 초기부터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업스킬링(upskilling)을 독일 정부에 제안했다. 새로운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 모두 미리 대비하고 준비한 유연한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므로, 독일 정부뿐 아니라 노동계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을 통해 반복적인 일은 실수 없이 자동화 되겠지만 지나친 자동화는 유연성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유연성이 요구되는 일에는 사람이 필요하며,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인더스트리 4.0의 발전으로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카거만 회장의 주장이다.


디지털과
 모듈식 교육에서 미래를 찾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디지털화다. 디지털 세상의 도래로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교육을 접하고 배울 기회가 생긴다. 디지털화의 진행으로 새로운 가능성도 생긴다. 인더스트리 4.0의 진전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는 고부가가치, 숙련 인력의 직업이 아니다. 일자리를 잃을 위험성이 높은 인력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면 교육 개선과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독일은 이중 교육과정으로 구성된다. 직업학교에서 특정 분야와 관련된 이론을 가르치고, 회사에서 실무를 가르치는 구조다. 이러한 교육 방식이 독일에서는 상당히 오랜 역사가 있어 독일 부모에게는 친숙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명문대 지향적인 우리나라 교육환경과도 낯선 점이 분명 있다.

카거만 회장은 한국 교육을 모듈식으로 구성하라고 제언한다. 그래야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독일 전기차 연구를 진행하면서 전기차 관련 교육을 개선할 방안도 강구했다. 자동차 생산과 관련된 기존 교육은 그대로 두고 여기에 전기차 관련 모듈 교육만 2-3개 추가했다. 불과 1-2년만에 전기차 관련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듈식 교육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힘이 여기에 있다.

모듈식 교육과 유사한 개념이 인더스트리 4.0에서 제시하는 마이크로 레슨이다. 현장의 실무 교육을 세분화해 각 세부 과정에 대해 마이크로 인증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스마트
 팩토리다음은 유니버설 팩토리

스마트 팩토리는 인더스트리 4.0을 제안할 때 맨 처음 주제로 삼았을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다.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가 기존 스마트 팩토리와 다른 점은 먼저 제품이 스마트하다는 점이다. 어떻게 조립해 생산되는지를 제품이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앙통제식이 아니라 제품이 스스로 생산 공정을 알고 자율적으로 조율하므로 생산과 유통 과정의 분권화가 가능하다.

독일형 스마트 팩토리의 두 번째 특징은 기계설비와 도구, 공구가 스마트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특정 공정이 처리되는 다음 공정이 무엇인지 설비들끼리도 알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작업자, 근로자도 디지털비서(digital assistant)의 도움을 받아 정확히 할 일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쌍둥이디지털 그림자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은 스마트한 제품과 머신을 모두 조합해서 디지털트윈 개념으로 접근 가능하다. 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표현할 뿐 아니라 이를 클라우드에 올려 놓으면 다양한 옵젝트를 조합하기도 쉽고 시뮬레이션도 용이해 진다. 제품 디자인부터 설계, 설비, 고객 배송까지 디지털로 한 눈에 볼 수 있고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현장에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 시스템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회가 디지털로 갈수록 초연결 사회에서는 디지털 처리가 물리적 연결보다 훨씬 더 빨리 일어나므로 연결시켜 보는 일이 훨씬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제품, 설비, 사람이 디지털로 지원을 받고 역량을 강화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이러한 개념을 디지털섀도우(digital shadow)라고 하는데,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예측,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유연한 생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개인별 맞춤화 된 대량생산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닮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는 그대로인데 소프트웨어, 즉 앱을 다운 받아 새로운 일을 해 낼 수 있다. 기계 설비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를 추가해 전에 없던 역량을 확보, 확대하고 범용 설비로의 변화가 가능하다. 특히 레이저 기반 설비의 경우 그러하다.

근로자도 바뀔 전망이다. 과거처럼 특정 분야의 전문가 대신 범용(유니버설) 전문가가 등장한다. 스마트 글래스 등 디지털 도구의 도움을 받아 그때그때 필요한 상세 정보를 바로 받아 어떤 일이든 바로 변화에 맞춰 처리하는 범용 전문가가 바로 미래형 근로자, 전문가의 모습이라고 예상한다.

이 개념을 공장으로 확대하면 범용공장(universal factory)이 된다. 새로운 요구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아 공장 자체도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변화를 예측하면서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 적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스마트 서비스를 활용해 미래의 비즈니스가 좀 더 유연하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독일의 중소 중견기업, 스타트업처럼 새로운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 진입이 어려운 기업이 보다 유연하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도록 스마트 서비스에 대한 자료도 2015년 독일 총리에게 제출했다.


생각보다
 빠른 발전

이제 인더스트리 4.0의 근간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 공학한림원의 제안에 맞춰 독일 정부는 2015년 인더스트리 4.0 플랫폼을 구성하면서 각 전문가에게 구현을 맡겼다. 독일 장관 2명을 포함해 SAP, 도이치텔레콤, 지멘스 등 독일 유수의 기업, 독일 노조, 과학 커뮤니티 등도 참가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점은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정부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총리가 진두지휘 한다는 사실이다. 매년 세빗(CeBit), 하노버 산업박람회(Hannover Messe) 등의 전시회를 볼 때마다 제시된 개념의 실현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느낀다. 애초에 10년은 걸려야 할 것 같았는데 이제 3-5년이면 충분히 완성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여러분이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도 많은 기업이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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