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변혁의 핵심은 고객, 분석, 플랫폼

 In Cloud, Digital Economy, SIDG

정확히 한 달 전 오늘 강남의 한 행사장에서는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SAP 디지털 공급망관리 포럼이 열렸다. 디지털 공급망관리와 사물인터넷 솔루션을 총괄하는 에스에이피코리아의 윤석진 본부장(사진 맨왼쪽)은 환영사를 통해 “아직도 SAP Leonardo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면서 디지털혁신시스템인 “SAP Leonardo는 지난 5월 시장에 공식 브랜드 발표 후 타사 유사 솔루션에 비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무엇보다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내용은 EY의 양재호 상무(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표한 기조연설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 방법론”이라는 상당히 일반적일 수 있는 제목이지만 정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양 상무의 경험에서 묻어나는 깊이가 느껴지는 발표였다.

약 20년 전 액센추어(구, 앤더슨컨설팅)에서 ABAP 프로그래밍부터 시작한 양재호 상무는 올 상반기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SAPPHIRE NOW 행사에서 SAP의 새로운 혁신과 방법론을 보고 놀랐다”면서, “국내에서도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은 높은데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공장, 디지털 공장이 뭐길래?

스마트, 디지털이 과연 무엇인가? 이와 같은 개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세 가지 핵심요소를 파악했다. 생산 현장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실물 정보와 (도면 등) 기술 정보의 불일치다. 넘쳐나는 데이터도 문제다. 사람은 경보가 1분에 6건 이내라야 대응이 가능한데 생산 라인의 안전 경보와 알람은 1분에 100건 이상 발생한다.

이처럼 복잡한 환경에서 글로벌 정유사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통해 양 상무는 디지털 변혁의 세 가지 키워드를 발견했다. 고객, 분석, 플랫폼이 바로 디지털 변혁의 3요소다.

1. 고객의 변화를 읽어라

페트로나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신 기술의 활용 방안을 찾으라는 최고경영자(CEO)의 요구에 따라 디지털 변혁의 정의와 비전, 전략을 세우고 팀과 예산을 구성했다.

페트로나스의 CIO는 “고객의 변화 모습을 인식하는 것이 디지털 변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갈수록 제품의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변화는 고객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변화를 읽는다면 혁신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기술을 활용해 변화할 수 있다는 마인드셋을 갖는 것이 디지털 변혁의 출발점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2. 분석 역량을 키워라

페트로나스의 환경보건안전(EHS) 부서는 정부 규제 대응 팀 외에도 대규모 분석 팀을 운영한다. 무려 40명의 분석 전문가가 중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방지하는 데 총력을 집중한다. 1건의 중대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이미 600건의 아차사고(Near Miss)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사건사고 피라미드의 밸런스만 관측하고 예측하는 일을 전담하는 분석 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한편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디지털은 가성비”라고 정의한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갈수록 디지털 기술의 비용은 낮아지므로, 비용을 줄이면서 보안과 함께 서비스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3. 플랫폼 전략을 세워라

또 다른 정유회사인 사이노펙의 경우 인텔리전스 수준을 높이는 것이 디지털 변혁이라고 정의한다. 이미 3년 전부터 알리바바와 함께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수립하고, 애플리케이션과 시스템을 클라우드 플랫폼 위에 올리는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

한편 페트로차이나의 경우 2003년부터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자동화(MES), 장비자동화(APC) 시스템 등을 설치해 공장 자동화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런데, 설비, 생산, 안전 등의 시스템이 별도로 분리된 상황에서 이를 통합할 방안을 고민하고 준비하면서 2014년부터 공정 정보 통합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서로 유사해 보이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편, 위험 물질 위치, 통합알람 플랫폼, 흐름 등 통합된 모습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공정 데이터를 밀리초(ms) 단위로 모아 선형모델(PIMS)을 정교화한다. 중앙에서는 통제만 할 뿐이며 공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한다.

통합 플랫폼에 걸맞게 통합관제실을 운영하는데, 생산과 원료, 안전 등 부문별 담당자가 한 곳에 모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공장, 무엇이 중요한가?

양재호 상무의 발표 중에서 특히 마음에 격하게 와 닿았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 개별 기술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험이 중요하다는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 역시 20년 가까운 경험을 통해 동일한 결론을 내린 터라 정말로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무척 반가왔다.

1. 사람을 스마트하게 만들자

디지털 공장, 스마트 공장을 논할 때 무엇보다도 “엔지니어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EY의 양재호 상무는 강조한다. 결국 사람이 공장을 보고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스마트 플랜트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석, 인프라, 데이터 등의 통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설비관리 부문에서는 기술 정보와 실물 정보 간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하며, 안전환경 부문의 경우 업무와 프로세스 혁신, 기술 등의 연계를 통해 모바일 기반을 확보하고 데이터 분석을 극대화 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2.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자

디지털 변혁을 추진할 때 최신 기술, 혁신 기술에 휩쓸리기 쉽다. 물론 “요소 기술도 중요하지만 유기적으로 통합된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고 양 상무는 거듭 강조한다. “출근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 걸친 흐름을 만드는 것이 디지털 플랜트의 큰 개념”이라는 것이다.

3. 네 가지 교훈을 기억하자

양재호 상무는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면서 디지털 변혁을 추진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네 가지 교훈을 정리했다.

  • 개별 기술의 나열이 아닌 융복합된 모습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 경영진과 현업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 결과보다 과정을 통한 역량을 확보하라
  • 사람이 먼저다. 역할과 책임(R&R)의 변화 없는 혁신은 무의미하다. 변혁은 컨셉-사람-시스템-프로세스 순으로 확산된다.

개인적인 평가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양재호 상무의 기조연설은 이렇게 구체적인 고객 사례를 통해 디지털 변혁, 스마트 플랜트가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하고, 국내 기업의 디지털 혁신에 큰 도움이 될 멋진 발표였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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